공지사항
무명을 밝히는 등불, 마산 중앙포교당 정법사

불공하는 방법

최종식 | 2004.04.22 09:19 | 조회 1738

불공은 남 모르게 하라 나는 요즘 학생들에게 불공하라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학생들은 "우리도 용돈을 타 쓰는 형편 인데, 어떻게 불공을 할 수 있습니까?"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불공은 반드시 돈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몸과 정신으로, 또 물질적으로 남을 도와주는 것이 모두 불공입니다. 우리가 몸으로, 마음으로, 물질로 이 세가지로 불공을 하려면 하면 불공할 것이 세상에 꽉 차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게을 러서, 게으른 병 때문에 못할 뿐입니다. 이렇게 불공하여야만 마침내 성불하게 되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수련대회 때 삼천배하고 백련암에 올라와 화두 가르쳐 달라고 하면, "자, 모두 화두 배우기 전에 불공하는 방법 배워 불공부터 시작한 뒤 화두 배우자"고 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모 두 눈이 둥그래집니다. 우리는 돈도 없는데 부처님 앞에 돈 놓고 절하라는 이야기인가 하고, 그런 데 뒤에 그 내용을 듣고 나서는 "모두 불공합시다"하면, 힘차게 "네"하고 대답하는데, 진정으로 그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한가지만은 특별히 주의를 시킵니다. 바로 "자랑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남을 도와주는 것은 착한 일이지만 자랑하는 것은 나쁜 일입 니다. 애써 불공하여 남을 도와주고 나서 그것을 자랑하면 자신이 쌓은 불공을 모두 부수어 버리 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자기 자랑과 자기 선전을 하기 위해 불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참된 불공이 아 닙니다. 자기 자랑을 할 재료를 만드는 것일 따름입니다. 입으로 부수어 버리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러므로 "남 모르게 남 돕자는 그 말씀을 평생 지키고 노력하겠습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육이오 사변 이후 마산 근처 성주사라는 절에서 서너 달 머물 때입니 다. 처음 가서 보니 법당 위에 큰 간판이 붙었는데 「법당 중창 시주 윤OO」라고 굉장히 크게 씌어 있었습니다. 누구냐고 물으니 마산에서 한약국을 경영하는 사람인데 신심이 있어 법당을 모 두 중수했다는 겁니다. "그 사람이 언제 여기 오느냐?"하고 물으니 "스님꼐서 오신 줄 알면 내일 이라도 곧 올 겁니다"하였다. 그 이튿날 과연 그 분이 인사하러 왔노라기에, "소문 들으니 당신 퍽 신심이 깊다고 다 칭찬하던데, 나도 처음 오자마자 법당 위를 보니 그 표가 얹혀 있어서 당신 신심 있는 것은 증명되었지." 처음에는 칭찬을 많이 하니까 퍽 좋아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간판 붙이는 위치가 잘못된 것 같아. 간판이란, 남들 많이 보기 위한 것인데 이 산중에 붙여두어야 몇 사람이나 와서 보겠어? 그러니 저걸 떼어서 마산역앞 광장에 갖다 세우자고. 내일 이라도 옮겨 보자고." "아이구, 스님 부끄럽습니다." "부끄러운 줄 알겠어? 당신이 참으로 신심에서 돈 낸것인가? 저 간판 얻으려 돈 낸 것이지." 이 일화는 사실입니다. "잘못 되었습니다. 제가 몰라서 그랬습니다." "몰라서 그랬다고? 몰라서 그런 것이야 허물 있나? 고치면 되지. 그러면 이왕 잘못된 것을 어 찌 하려는가? " 그랬더니 자기 손으로 그 간판을 떼어 내려서 탕탕 부수어 부엌 아궁이에 넣어버리는 것을 보 았습니다. 내가 남 모르게 도운다는 이 불공을 비밀히 시작한 지가 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또 단체 로, 의무적으로 시켰습니다. 만약 내가 시키는대로 불공할 수 없는 사람은 내게 오지 말라고 했습 니다. 학생들에게 불공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예를 들었더니 어떤 학생이 이렇게 질문해 왔습니다. "스님은 불공하지 않으면서 어째서 우리만 불공하라고 하십니까?" "나도 지금 불공하고 있지 않은가. 불공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이것도 불공 아닌가." 불공하던 예를 또 하나 들겠습니다. 이십 년 전만 해도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 변두리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그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어떤 분이 그런 동네 사람들에게 양식을 나누어 주고 싶은데 어떤 방법으로 하면 소문도 나지 않고 실천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 습니다. "먼저 두어 사람이 그 동네에 가서 배고픈 사람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하고 명단을 만든 뒤, 또 다른 몇 사람이 그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쌀집에서 쌀을 사서 쌀표를 만들어. 쌀 지고 다니면 소문만 금방 나 버리니 한 말이든 두 말이든 표시한 쌀표만 가져가면 바로 쌀을 주도록 준비해두 지. 또 다른 사람이 명단을 가져가서 그 쌀표를 나누어 주면 사람이 자꾸 바뀌니 어떤 사람이 쌀 을 나누어 주는지 모르게 되지. 또 누가 물어도 '우리는 심부름하는 사람이다'고만 답변하는 거 야." 처음에는 쌀표를 주며 쌀집에 가보라 하니, 잘 믿지 않더니 쌀집이 별로 멀지 않으니 한 번 가 보기나 하라고 자꾸 권했더니, 가서 쌀을 받아오더라는 겁니다. 그 뒤 어린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하는 말이 "요새 우리 동네에 이상한 일이 생겼어. 어디서 온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그 사람 들이 쌀표를 주어서 곤란을 면했는데, 누군지 알 수가 없어. 아마 그 사람들은 하늘에서 내려왔겠 지?" 하더랍니다. 또 마산의 어느 신도가 추석이 되어 쌀을 트럭에 싣고 나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숨 어버렸습니다. 그런데도 신문에서 그걸 알고 그 사람을 찾아내어 대서 특필하였습니다. 그 사람이 내게 왔기에 "신문에 낼 자료 장만했지? 다시는 오지 말라" 고 했더니 아무리 숨어도 신문에 발 목이 잡혔다고 해명하였습니다. "글세, 아무리 기자가 와서 캐물어도 발목 잡히지 않게 불공해야지. 불공은 남 모르게 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어느 동네에 부자 노인이 불공을 잘하므로 이웃 청년이 와서 인사를 했습니다. "참 거룩하십니다. 재산 많은 것도 복인데, 그토록 남을 잘 도와주시니 그런 복이 어디 있습니 까?" "이 고약한 놈! 내가 언제 남을 도왔어? 남을 돕는 것은 귀울림과 같은 거야. 자기 귀우는 것을 남이 알 수 있어? 네가 알았는데 좋은 일은 무슨 좋은 일인가? 그런 소리 하려거든 다시는 오지 말어." 이것이 실지로 불공하는 정신입니다. 남 돕기로 어렵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남 돕기는 쉬운데 소문 내지 않기가 더 어려운 일입니 다. 그래서 내가 자꾸 예를 들어 말하는 것입니다. 남자보다 여자는 본디 몸도 약하고 마음도 약하며 입이 조금 가볍습니다. 그래서 자랑은 여자 들이 더 많이 합니다. 왜 여자를 약하고 모자란다로 하느냐고 반문도 받습니다. "힘 따라 짐을 져야 합니다. 키 따라 옷을 해 입혀야지요. 키 큰 사람은 옷을 크레 입히고, 키 작은 사람은 옷을 짧게 입히는 것입니다. 그것이 평등입니다. 약한 걸 말해서 힘을 내도록 해야지 됴. 그래서 여자는 자랑하지 않게 더 주의해야 합니다." 이제 예 하나만 더 들겠습니다. 미국의 보이스라는 사람이 영국의 런던에 가서 어느 집을 찾는에 안개가 심해 도저히 찾을 수 가 없어서 이곳 저곳을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열두어살 되어 보이는 소년이 나타나 물었습 니다. "선생님, 누굴 찾으십니까?" "어느 집을 찾는데 못 찾고 있다." "저는 이 동네에 사는데 혹시 제가 아는지 주소를 보여주시겠습니까?" 신사가 주소를 보여주니 "이 집은 마침 제가 알고 있습니다. 이리로 오십시오." 어린이가 인도하여 안내해 준 집에 도착하니 찾아 헤매던 바로 그 집이었습니다. 하도 고마워 서 사례금을 주었더니 그 소년은 사양하고 결코 받지 않았습니다. 이름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제게는 선생님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저는 소년단원 회원인데 우리 회원은 한 가지씩 남을 도 와주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오늘 선생님을 도와드릴 수 있었으니, 오히려 제가 감사드리겠습니 다. 참 고맙습니다." 그러고는 소년은 달아나 버렸습니다. 신사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국에 와 보니 어린이도 남을 돕는 정신이 가득하뎌 돈도 받지 않고, 이름도 가르쳐 주지 않 고 남을 도우면서 오히려 일과를 할 수 있게 되어 고맙다고 하니 이런 정신을 배워야겠다." 그래서 미국으로 돌아와 미국에서도 소년단을 시작하였습니다. 온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이 정신은 뻗어 나가 우리나라에서도 보이스카웃, 소년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뒤에 이 소년을 찾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 찾지 못하고, 소년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이 이름모를 소년을 기념하기 위해 영국의 그 마을에 큰 들소 동상을 세우고 기념비 에 이렇게 새겼습니다. "날마다 꼭 착한 일을 함으로써 소년단이라는 것을 미국에 알려 준 이름 모르는 소년에게 이 동상을 바치노라." 자기를 바로봅시다 장경각 출판사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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