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무명을 밝히는 등불, 마산 중앙포교당 정법사

법보신문) 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 주지 광우스님

관리자 | 2023.03.21 18:00 | 조회 3115

몸과 마음이 번뇌로부터 떠난 상태가 참된 출가입니다

불자의 기도는 자신이 부처임을 자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
부처‧보살을 닮아가려 노력하고 실천 수행해야 참된 불제자
나 위한 기도보다 지구상 고통 받는 사람들 위한 기도하길

광우 스님은 “부처가 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탐진치 삼독을 멀리하고 불법승 삼보를 가까이 하는 것”이라며 참된 불자가 되고 나아가 자신이 부처임을 자각할 것을 당부했다.
광우 스님은 “부처가 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탐진치 삼독을 멀리하고 불법승 삼보를 가까이 하는 것”이라며 참된 불자가 되고 나아가 자신이 부처임을 자각할 것을 당부했다.

오늘은 출가재일입니다. 옛 어른 스님들께서는 몸이 떠난 것을 출가라 하지 않고, 머리 깎은 것을 출가라 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출가인가. 몸과 마음이 번뇌로부터 떠난 것을 참된 출가라 한다고 하셨습니다. 

스님들은 머리를 삭발하고 의복도 세속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한국불교의 전통을 몸으로 지켜오고 유지해오고 계속 지켜나가는 사람들이 스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스님들이 올바른 길로 잘 수행하고 정진해 나아갈 수 있어야 한국불교도 한국문화도 올바르게 발전한다고 믿습니다.

전 세계에 한류가 유행입니다. 그런데 드라마와 예능이 전부인 줄 아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가장 많이 찾는 것이 우리나라의 문화를 체험할 공간입니다. 그런 곳이 사실상 사찰 말고는 없습니다. 아직 우리나라 스님들이 사찰에서 전통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덕분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는 출가재일부터 열반재일까지 8일 동안을 정진 주간으로 정해놓았습니다. 갈수록 출가열반절 기도를 하는 사찰이 줄어드는 상황은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몇몇 의식 있는 스님들께서 기도 정진 주간을 맞아 다양한 수행 방법을 제안하고 계십니다. 정법사도 그런 방침을 따르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소임을 맡는 동안 정법사에서는 출가재일에서 열반재일까지 ‘금강경’과 함께 ‘문수다라니’ 기도를 하겠다는 발원을 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출가열반절 기도는 매일 새벽을 수행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본인이 부처임을 자각하는 시작입니다. 

불교도의 기도는 무엇으로부터 출발해야 하는가. 바로 자기 자신이 부처임을 자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끊임없는 기도 정진을 통해 부처님을 닮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관세음보살을 닮아가려고 노력하고, 지장보살을 닮아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노력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부처님께서 그러하셨던 것처럼, 관세음보살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지장보살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실천 수행하는 것이 부처님의 참된 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젊은 층에서는 새벽에 일어나기 운동이 화제가 된다고 합니다. 한 달 중 새벽에 일어나는 기간을 정해놓고 새벽에 일어나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서 SNS를 연동시켜 놓고 그 시간 되면 알람을 울리게 하는 앱도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불가(佛家)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해오던 삶의 방식입니다. 우리에겐 익숙해도 세상 사람들에겐 낯설고 어렵게만 여겨지는 전통과 그 전통에 담긴 가치를 현대인들에게 맞는 언어와 방법으로 전달하니 효과가 상당합니다. 이것이 요즘 이야기로 표현하면 4차 산업혁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정말 대단합니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부처님의 가르침은 더 증명됩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 불교도가 그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다행히 도심 속에 자리한 정법사에는 오랜 전통의 새벽반이 있습니다. 늘 새벽 4시에 오셔서 새벽예불을 준비하시고 동참하시며 기도하시는 분들입니다. 부처님 전에 향을 사르고 촛불 밝히고 다기를 올리는 분들이 계신가 하면, 새벽 기도를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따뜻한 차를 준비하고 간식을 마련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 모든 것이 부처의 행이요, 보살의 실천입니다. ‘하기 힘든 일을 능히 하는 자, 그를 부처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이 새벽에 도량에 모이신 여러분 모두 난행을 능히 하는 부처님입니다. 

자, 여러분들은 오늘 새벽 일찍 일어나셔서 무엇인가를 해보겠다고 집을 나섰습니다. 많은 일 가운데서도 자기 자신이 부처님이라는 것을 자각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오셨습니다. 그 자체로도 출가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부처입니다.” 이 말에 여러분은 “아이고, 제가 무슨 부처라고예.” “아닙니다. 당신은 부처님이 맞습니다.” “아직 저는 아니라니까예.” 

여러분께서 자꾸 스스로 부처님이 아니라고 하시니까 ‘성불’이 미뤄집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중생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 가운데 하나가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부처라고 하는 말에 부끄러워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이 중생임을 부끄러워하라는 것입니다. 

지금 현재 부처가 아닌 것 같다면 부처가 되도록 노력하면 됩니다. ‘아직 부처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존재다’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우리는 오늘 ‘금강경’을 독송하고 ‘문수다라니’ 기도를 했습니다. ‘금강경’에서는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고 하더라도 금강경을 읽고 외우는 그 순간 그대로 부처와 함께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끊임없이 부처가 아니고 보살이 아니고 중생이라고 이야기를 하니 이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내가 부처라는 것을 자각함이 곧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입니다.

저는 종종 여러분께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세상은 여러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누군가가 여러분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주는 것 같지만 결국은 여러분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스스로 떠먹어야 배가 부르고 스스로 흔쾌한 마음이 나야 즐거움이 넘칩니다. 여러분 주변의 상황이 여러분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아도 실제 들여다보면 바로 자신이 세상의 중심에 있습니다. 내가 부처임을 자각하는 순간, 그리고 내가 부처의 행위를 끊임없이 할 때 나를 중심으로 우주가 돌아갑니다.

어려운 말로 부처의 행위를 끊임없이 한다는 것일 뿐, 실질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별것이 아닙니다. 어리석지 않기, 화내지 않기, 이런 것입니다. 결국에 부처가 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입니까? 탐진치 삼독을 멀리하고 불법승 삼보를 가까이하는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는 이 새벽에 일어나서 ‘금강경’을 한 편 읽었습니다. 또 문수의 지혜와 함께하고자 ‘문수다라니’를 외웠습니다. 이미 ‘금강경’의 가르침이 나의 삶 속으로 들어온 것이고 문수보살의 지혜가 나의 삶 속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이것이 1분 1초라도 조금 더 일상생활에서 늘어나느냐 늘어나지 않느냐는 나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습니다. 중생은 끊임없이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존재라고 합니다. 이 잔소리가 나중에는 귀에 딱지처럼 앉아서 잔소리가 잔소리로 들리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실패가 없는 분입니다. 왜냐하면, 될 때까지 하셨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부처와 중생의 차이입니다. 다른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중간에 그만두느냐 그만두지 않느냐의 차이입니다. 

우리가 출가재일을 맞이해서 뭔가 이렇게 특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은 그 특별한 시간만큼이라도 깨어 있고자 하는 몸부림입니다. 저부터도 이 새벽에 내려와서 여러분과 함께 기도하고 정진하는 시간이 무척 소중합니다. 제가 뭔가를 해서 여러분들에게 그 기운을 나눠주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덕분에 저도 기도하고 정진하는 것입니다. 같이 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오랜 기간 통도사 산중에 머물다가 도심에서 소임을 맡다 보니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벽 6시 전후 산중에서는 새벽 일찍 예불을 마치고 아침 공양을 한 뒤 도량을 한 바퀴 돌 무렵입니다. 그런데 도심에 내려와서는 예불 후 다시 쉬고 있을 시간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덕분에 저도 기도한다는 말이 정확합니다. 함께하는 것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코로나의 제한을 벗어나 이제 함께 기도하는 소중함을 새롭게 받아들이기에 더없이 좋은 시절입니다. 기도하는 공간의 에너지는 분명히 다릅니다. 여러분에게도 이번 출가열반절 정진 주간이 그런 환희심을 느끼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특히 ‘금강경’과 ‘문수다라니’를 독송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앞서 말씀드렸습니다만, 이 기도는 우리를 위한 나를 위한 기도보다는 지금 지구상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입니다. 그중에서도 튀르키예라고 하는 나라가 엄청난 고통에 휩싸여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기도하시는 중에 한 번이라도 그분들을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금강경’의 가르침이 여러분의 삶 속에 조금이라도 녹아들면 좋겠습니다. 또 ‘문수다라니’를 통해서 지혜가 발현되어 우리 스스로 중생이 아닌 보살이 되고, 보살이 아닌 부처가 되어야 함을 자각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조금 더 깊이 기도 정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하고 여러분도 함께 노력합시다. 부디 문수의 지혜가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2월27일 마산 정법사에서 봉행된 ‘불기 2567년 출가열반절 금강경·문수다라니 기도’ 입재법회에서 주지 광우 스님이 동참 불자들에게 설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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